| 열을 식혀주는 시원한 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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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도원석/도원석한의원장 | 작성일 | 2013-08-23 16:14: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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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와 차 산을 오르다 접한 박하향은 무척 신선했다. 화려한 향기가 주는 상상에 이끌려 직접 그 식물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평범한 식물이라는 점에 묘한 부조화를 느끼기도 했다. 못생긴 꽃은 더 의외였다. 그래서일까? 외면의 화려함보다 내면의 깊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슴으로 체험한 기회이기도 했다.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박하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야식향, 인단초, 구박하라고도 하며 민트라는 말로 더 유명하다. 크게 동양종과 서양종으로 나누는데 서양종은 정유의 성질에 따라 페퍼민트, 스피어민트, 페니로열민트 등으로 구분한다. 동양종은 일본박하라고도 하는데 줄기가 붉은 적경종과 그렇지 않은 청경종으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박하라고 해서 서양이 원산지는 아니다. 태고 시대에 중국에서 인도를 거쳐 유럽에 전파된 것을 서양박하의 기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원전 1000년에서 기원전 600년경에 이미 이집트에서 박하를 재배한 흔적이 있다. 박하는 품종에 따라서 향, 풍미, 잎의 색, 형태가 다양하지만 어느 박하에나 공통된 특징은 사각의 줄기, 마주나는 잎, 흰색에서 자색에 걸친 원추형 꽃이다. 주로 습기가 있는 들이나 산지에서 자라며 60~100cm 정도까지 큰다. 잎 표면에 있는 기름샘에서 기름을 분비하는데 정유의 대부분인 멘톨은 이 기름샘에 저장된다. 동양종의 경우, 멘톨 채취량은 많으나 향기는 서양박하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박하를 약용으로 혹은 향신료로 사용한 역사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지금도 영국에서 고기 소스로 흔히 쓰는 민트 소스는 3세기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의 본초서에서도 6세기경에 이미 박하는 중요 약재로 대접받고 있다. 또한 로마 신화에도 박하 이야기가 전해진다. 박하를 이르는 서양말로 멘타는 지옥의 강물 신 코키투스의 딸이다. 지옥의 얘기인 게 흠이지만 멘타는 지옥의 왕 플루토의 사랑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왕의 부인인 페르세포네의 질투를 사서 박하로 변했다고 한다. 현재 박하의 쓰임새는 무척 다양하다. 상쾌한 향을 이용한 기호 음료로서 소화를 촉진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를 낸다. 페퍼민트를 끓여 우유와 섞어 마시는 '나이트캡'도 숙면을 위한 음료로 유명하다. 사탕은 물론 치약, 비누, 소스에 이르기까지 박하라는 식물은 몰라도 박하향은 모든 이에게 시원하고 상큼한 느낌으로 기억되고 있다. 『동의보감』에도 그렇게 쓰여 있지만 박하향을 대할 때 우리가 느끼는 시원한 감각은 최근까지도 막연히 멘톨의 향기 때문에 생긴 이상 감각이라 여겼다. 그러나 2002년, 과학적으로 신선한 발견이 이루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줄리우스 교수팀은 감각 기관에서 온도에 반응하는 이온채널을 연구하다가 차가운 온도에 반응하는 이온채널 단백질을 발견했는데, 이 단백질이 박하의 멘톨에도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찬 공기가 몸에 닿으면 느끼는 온도감을 박하향을 통해서도 대뇌가 똑같이 느낀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앞서 1997년에는 고추가 몸에 열을 느끼게 하는 이유를 알아내는 연구 업적도 이루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박하와 차를 이용한 박하차는 여름철 건강 음료로 더욱 적당하다. 이때 쓰는 박하로는 동양종이나 페퍼민트, 스피어민트 모두 상관없지만 신선한 것일수록 좋다. 그렇다고 박하 생엽을 따서 바로 차로 만들어 쓰는 것은 잘 권하지 않는다. 약재의 성질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법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하는 특별한 방법은 아니지만 음건해서 사용한다. 그늘에 잘 말린 박하잎을 녹차와 함께 따뜻한 물에 우려 마시면 된다. 박하차는 더위에 몸이 지치고 머리가 무거울 때 몸을 식히고 머리와 눈을 가볍게 하는 데 좋다. 또한 구취를 없애주기도 하며 감기로 목이 붓고 아플 때도 좋은 건강 음료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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